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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싱가포르

방구석 여포, 싱가포르에서의 첫위기 영어울렁증

by 디케이89or90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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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니 벙어리 삼룡이 

어느덧 싱가포르생황 2개월이 넘어 가고 있었다. 제법 일도 익숙해지고 싱가포르 생활도 나름 적응이 잘 되어갔다.

나쁘지 않네 ㅎ

 

문득 그날도 일을 거의 마치고 정리하던 중 이었다. R이 내게 던진 한마디 "너는 왜? 말을 안하니?"

"벙어리 처럼, 고개만 끄덕이는게 이상하다" 

영어가 두려운 나는 벙어리가 되길 선택했던 것이다. 나름 영어공부를 하던 나였지만, 아직은 아니였던 것이다.

내 모습을 외면하고 있었나 보다. 고개만 끄덕이고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던 내가 너무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영어, 영어, 영어 망할 영어!!!! 

제법 듣는건 많이 늘었는데.... 아직 말하는건 멀었구나 ...

 

 

벙어리 삼룡이가 된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집에서 미친듯이 미드를 틀어 영어자막을 따라 말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말을 하리라 유창하게 멋지게 프로페셔널하게!

 

그당시에 나는 남들이 많이 본다는 미드 프렌즈 대신 빅뱅이론을 보며 영어듣기와 말하기를 연습했다.

과학적인 어려운 용어도 많았지만 생활속에 사용가능한 다양한 표현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 레널드!의 말하는 방법을 카피하려 했다. 왠지 소심하면서도 자기 뚝심이 있는 모습이 

나를 투영해서 보는 것 같아서 였을까?

그의 모습을 보여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물론 레너드의 여자친구 페니가 이쁘기도 했다ㅎㅎ 저런 아름다운 금발의 여자친구를 가지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또 2달이 흘렀던 것 같다. 여느때와 같이 연회장을 세팅하고 다음날 이벤트 준비를 하고 있었다.

R도 사무실에만 있기는 심심했는지 연회장 세팅을 보며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R은 종종 농담을 하기도 장난을 치기도 하는 편한 보스였다. 

 

R이 어느 농담을 던졌고 처음으로 내가 받아쳤다. 그때 R의 표정은 잉?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R이 농담을 던졌다. 내가 또 받아쳤다. R은 약간은 흡족한 표정으로 "너 정말 말 할 줄 아는구나?"

지난 2달의 노력은 날 배신하지 않았다. 나름 조잘조잘 영어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말하면서도 내 자신이 놀라웠다. 나도 할 수 있어!!!

 

싱가포르 4개월차 나는 처음으로 자신감을 가졌다. 하면된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무엇이든 하면 무슨일이라도 일어난다 라는 삶의 진리를 그때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감이 차있던 나에게 한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한 이벤트 서비스를 맡았다. 작은 미팅이였는데 미팅 참석자들의 디너 이벤트도 같이 예정된 미팅이었다.

저녁 참석자의 인원과 메뉴를 아직 컨펌받지 못한 상황. 

이벤트 기획팀의 팀장이 주최자를 만나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주최측 사람과 이벤트 기획 팀장이

자꾸 어긋나게 되자. 이벤트 서비스를 맡는 나에게 참석인원 그리고 메뉴를 컨펌 받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이벤트 기획 팀장이 자리를 떠났다.

 

분명 말은 알아들었다. 다만, 주최자가 너무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 나도 나름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차였다.

사실 내가 일머리가 별로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흐르고 아직 확인을 못하고 있던 찰나 이벤트 기획 팀장이 나타났다. 

확인했냐는 질문에 "아직이요..." 라고 답했고 그런 나를 답답하게 바라보던 팀장의 표정...

본인이 해결하겠다고 기다리다 주최자를 직접 불러 관련 내용을 확인하였다. 

역시 팀장은 팀장인가 보다... 내가 몇시간 동안 주저하던 일을 단 5분만에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이 무척 초라하게 보였다. 

 

이윽고 주최자는 다시 미팅에 들어가고 이벤트 기획 팀장도 자리를 뜨려 하고 있었다. 

그가 자리를 떠나기전 나를 보며 한마디를 날렸다. "영어를 잘 못알 듣거나 말하지 못하겠으면, 영어사전을 가지고 다녀라" , "다른 이들이 너를 다 감싸 줄 수는 없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 팀장이 떠났다. 

어떻게 저런 말은 잘만 알아듣는지... 나도 참.. 벌써 내가 뭐라도 된줄 알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이렇게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내 근무시간이 지나고 퇴근길...

그날따라 저녁이 되지 않았는데 먹구름이 끼어있는 하늘이었다.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터덜터덜 걸어서 센토사 섬을 나갔다.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 그렇게 하염없이 한숨을 내쉬며 걸어걸어 센토사 섬을 떠나 비보시티로 향했다.

땀을 흘리며 걷다보니 어느덧 도착한 비보시티.

 

비보시티 앞 벤치에 앉아 센토사섬을 바라보며 흐르는 바닷물을 보며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는 생각에 

다시 잠기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지....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끝으로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아래 사진에 링크 남겨드립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 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도 날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 관심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 관심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언택트가 떠오르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뉴노말로써방구석 여포의 이야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물론 나도 잘하고 있어요 괜찮아요!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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